흉노로 시집간 절세미녀 왕소군




왕소군은 양귀비, 서시, 초선과 함께 중국 4대 미녀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기원전 1세기쯤 인물이며 흉노 선우의 아내로 원래는 한나라 원제의 궁녀였다. 본명은 장(嬙)이며 자는 소군이다. 즉 우리가 그녀를 왕소군이라고 하는 건 그녀의 자를 부르는 것이다. 다만 본명을 생각하면 자를 불러주는 게 그녀의 이미지에 잘 어울릴 것 같다.

 

흔히 왕소군은 나라를 위해 오랑캐에게 시집간 비운의 미녀로 이야기하곤 하는데 <서경 잡기>에 나와 있는 그녀의 이야기는 비극이라기보다 코미디에 가깝다.

 

이야기로는 흉노와 후한은 당시 평화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마침 흉노 지도자인 대선우 호한야가 한족 궁녀를 보내달라고 하자, 한 왕실은 적당한 궁녀를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원제는 가장 추한 여성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후궁들에게 모두 초상화를 그려 바치라고 했다. 황제의 명을 받은 후궁들은 동침할 여자를 고르려고 한다는 생각에 화가에게 예쁘게 그려달라고 뇌물을 바쳤다.

그러나 왕소군은 궁에는 들어왔지만 다른 후궁이나 궁녀들이 그런 것처럼 한 번도 황제를 만나보지 못한 처지였다. 당연히 돈이 없어 뇌물을 주지 않았다.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그녀가 워낙 천하절색이었기에 굳이 보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던 게 아닐까 한다. 하지만 많은 후궁과 궁녀들에게 뇌물을 받았던 화가는 기분이 나빠져서 그녀를 추녀로 그려서 황제에게 바쳤다. 그림을 본 원제는 왕소군을 흉노에 보내기로 했다.

 

왕소군이 떠나기 전날 그녀를 만나본 원제는 깜짝 놀랐다. 천하절색의 미모에 넋이 나가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미 국가 간에 결정된 사항이었기에 그녀를 흉노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때 원제의 마음이 얼마나 분했는지 초상화를 그린 화가 모용수의 목을 쳤다고 한다.

 

흉노족 선우 호한야는 너무나 아름다운 왕소군을 보고 후한이 자신들과 정말 잘 지내려고 한다고 생각하며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기뻐했으며 그녀를 정중히 대접했다고 한다. 그 후 호한야 선우의 아내가 되어 장남을 낳았고, 호한야 선우가 죽은 후 흉노족의 전통적인 수계혼 관습에 따라 호한야 선우의 아들인 복주누약제 선우의 아내가 되어 딸을 낳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한족 생각에는 아버지의 처첩을 자식이 물려받는 것은 천인공노할 패륜이었고, 이 때문에 한족은 왕소군이 불행했다고 생각해서 이 이야기를 비극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비극적인 내용의 시도 많이 지어졌다.

하지만 사실 왕소군은 흉노에서 오래오래 잘 살았고 한족 문화를 흉노에 전파하는데 많은 이바지를 했다.

 

어쨌든 후대의 창작자들이 이런 큼지막한 소재 덩어리를 못 본 척 지나칠 리는 없었기에 다양한 작품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대표적으로 왕소군이 흉노족에게 시집을 가는 길에 고향이 그리워 금을 켜자 기러기가 그 소리에 취해 떨어졌다고 해서 낙안(落雁)이라는 말이 생겼다. 미녀를 대표할 때 쓰이는 폐월수화, 침어낙안이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낙안이 왕소군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태백, 백거이, 왕안석, 석숭 등 중국의 대표적 문인들이 그녀를 읊은 시를 남겼는데 아래는 이태백이 남긴 시 2수이다.

 

昭君怨소군원

昭君拂玉鞍 왕소군이 옥 안장을 떨치며

上馬啼紅頰 말 위에 오르니 붉은 두 뺨에 흐르는 눈물

今日漢宮人 오늘은 한나라의 궁인이지만

明朝胡地妾 내일이면 오랑캐의 첩이 되는구나

漢家秦地月 한나라 시절 옛 진나라 땅에 떠 있던 달은

流影照明妃 그림자를 내려 명비를 비추네

一上玉關道 한번 옥관도에 올라

天涯去不歸 멀리 떠나간 뒤 다시 돌아오지 않네

 

漢月還從東海出 한나라 달은 돌아와 다시 동해에 떠오르건만

明妃西嫁無來日 명비는 서쪽으로 시집가 돌아올 줄 모르네

燕支長寒雪作花 연지산은 늘 추워 눈꽃을 만들고

蛾眉憔悴沒胡沙 미인은 초췌해져 오랑캐 모래에 사라지도다

生乏黃金枉畵工 살아선 황금이 없어 초상화를 잘못 그리게 하더니

死遺靑塚使人嗟 죽어선 청총을 남겨 사람으로 하여금 탄식케 하네



아내를 사장으로 하세요
국내도서
저자 : 사카시타 진 / 김영택역
출판 : e비즈북스 201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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